[차길진의 영혼은 살아있다] 다시 찾은 뉴저지 후암정사

새 법당 세우고 10년전 약속 지켜 뿌듯
 미국 뉴저지의 가을은 청명하기 그지없다. 적갈색의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며 낙엽이 구르는 작은 소리까지 들리는 적요함을 즐기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엔 평온이 깃든다. 다시 찾은 뉴저지 후암정사에서 맞는 가을은 이렇듯 특별한 감흥을 안겨준다.
 엄밀히 말하면 새로 연 후암정사는 과거 만 4년동안 머물렀던 최초의 후암정사 맞은편 대각선에 위치해 있다. 원래의 후암정사는 아니지만 그곳과 가까운 곳에 새 법당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년 전, 이곳을 떠날 때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켰기에 뿌듯할 뿐 아니라 미국에서 처음 구명시식을 올렸을 때의 초심을 잊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최초의 후암정사엔 옛 정취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젠 큰 두 채의 집에 네 가구가 살고 있고 한국을 그리워하며 기대곤 했던 두 그루의 소나무도 베어진지 오래다. 그래도 집옆으로 난 널찍한 언덕길은 여전히 남아 있어 다행이었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 언덕길은 집필이나 명상 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종종 찾곤 했다. 언덕을 오르면 마치 비밀의 화원처럼 아담한 규모의 작은 숲이 나를 반겨주었는데 나의 전용 산책로나 다름없던 숲은 고국을 향한 그리움과 고독을 달래줬고 수많은 시상과 명상의 근원지이기도 했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작가, 촬영팀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미국 최초의 구명시식을 시작한 법당을 배경으로 현장 설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소리와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 뒤 "오랜만에 이 자리에 오니까 영가님들이 환영해주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작가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울리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하늘과 땅이 동시에 울렸다. 좀처럼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뉴저지에서 땅이 진동한 것이다. 그때의 장면은 생생히 촬영되어 자료로 남아있다. 작은 사건이지만 나는 그때 이미 후암정사를 다시 찾을 수 있으리라 직감했다.
 지난 91년부터 94년까지 만 4년동안 뉴저지 후암정사에서 보낸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날들이었다. 누군가 그랬다. '지휘관은 너무 바쁘면 안된다. 반드시 한가한 시간이 있어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말이다.
 내게 만 4년의 시간은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며 종교관은 또 어떻게 정립해야 할 것인지를 구상하고 체계화해 나갔다. 만약 뉴저지에서의 한가한 시간이 없었다면 한국에 돌아온 뒤 숨가쁘게 실천에 옮겼던 많은 일들이 성공리에 끝나진 못했을 것이다.
 이제 그곳을 바라보는 위치에 새 법당을 열었다. 이 일은 1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법당을 지켜주셨던 분들과 법당 재건을 위해 노력해주신 몇몇 분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옛날부터 오고가며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 집은 피라미드 형태의 두 개의 삼각형이 나란히 있는 형상으로 하늘과 땅의 기운을 집중시키기에 적당하고, 반지하의 법당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편안하기까지 하다. 한 마디로 법당을 위한 집인 셈이다.
 지난 10월 16일 새 법당을 여는 뜻 깊은 법회를 마친 뒤, 다소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2층 테라스에 오르자 붉게 물든 석양이 나를 적셔 주었다. 순간 황진이의 시조 한 수가 떠올랐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거늘 옛 물이 있을쏘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아서 가고 아니 오는구나.' 생각해보니 벌써 뉴저지와의 인연도 10년이 흘렀다. 그 10년 동안 스쳐지나간 인연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앞으로 몇 회 동안은 다시 찾은 후암정사에서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옛 인연을 회고해보고자 한다.
출처:스포츠조선

by 혜산 | 2004/11/08 11:13 | 영혼산책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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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t 2014/03/11 00:39

제목 : pure garcinia cambo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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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10000000000 at 2014/09/24 05:24
아이고...미국은 또 왜오냐..한국은 콩밥...미국은 햄버거...그것도 꽁짜로...
Commented by 콩지반 at 2014/11/29 09:33
항상 이만땐 미국 가싣던데...뭐.켕기는일이 있나...그래 남피해는 주지말아야지...
Commented by 회덮밥 at 2014/10/01 11:41
한국에 그냥있지...또 미국은 왜 와? 에이구 지겨워..........남들 좀 생각해야지...
Commented by 구명시식 at 2014/11/11 09:05
말년은 좀 조용히좀 있지....웬 방정 ㅋㅋㅋㅋ
Commented by 부지캥이 at 2015/06/21 07:19
글케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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